서울 경부터미널까지 45분, 버스타고 통영까지 4시간10분.거기에 통영항에서 배를타고 40분.이렇게 까지 시간을 들여 비진도를 가고 싶었던 이유는,사실 큰건 아니었다. 어느날인가 보았던 맑은 바다 영상과, 모래시계같았던 섬의 모양. 딱 이 두가지였고 맑은 바다는 그냥도 볼 수 있지만, 모래시계같아 보이는 비진도를 보려면 트래킹을 해야했다. 당시에 취미를 러닝으로 하며 도전에 대한 영향들을 많이 받았었기 때문에 연차내고 2박 3일 트래킹하러 고!
비진도 배 예약
통영항에서 비진도에 가는 티켓은 가보고 싶은 섬이라는 앱을 통하여 가능하고 비진도는 내항과 외항이 있는데 내항으로 돌아가는 코스로 골랐다. 내가 갔던 날엔 외항으로 사람들이 많이 갔고 외항이 민박집들도 있고 물놀이도 하고 해서 인기가 더 많긴 하더라.
여름 통영 비진도 트래킹을 계획한터라 너무 이른시간은 힘들고 너무 늦은시간은 더울 것 같아서 9시로 선택했었다. 미리 도착했었기 때문에 근처에서 충무김밥 사서 대기! 사람들이 식사시간 포함 4시간 30분 잡으면 괜찮다고 하길래 나오는 배편은 14시 40분으로 예매했지만 혹시 빨리 나오고 싶으면 승선권에 적힌 번호로 연락하면 봐서 시간을 바꿀 수도 있다고...? 그래? 하길래 일단 Go!
출항하기 10~15분전 쯤 게이트가 열리고 줄서서 기다린 끝에 배로 입장했다.
통영-비진도(내항)-비진도(외항)-매물도 이렇게 운행되는데, 대부분 매물도를 많이 가는 것 같았다. 유명한 섬이라서 그런가보다 싶었고, 내항에선 진짜 사람이 너무 안내려서 엥....? 할 정도였다. 전날 음주를 한 덕분에 약간 울렁울렁했는지 원래도 멀미를 해서 울렁울렁했는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무사히 도착!
배가 막 엄청 작지는 않고, 창문에는 햇빛을 차단해주는 시트지가 붙어있어서 그렇게 눈부시지도 않았다. 은근 나쁘지 않았던 시설
전 날엔 비가 와서 통영의 맛집이나 카페들을 다녔는데 파랗고 예쁜 하늘에 반짝이는 윤슬이 너무너무 예뻤다.
내가 도착했던 비진도 내항의 풍경은 정말 바로 내리자마자 주택들이 보여서 읭 스러웠다. 그동안 가본 섬이라고 해야 영종도 강화도 안면도 대부도 이런 다리로 이어져서 차가 갈 수 있는 섬들이었는데 진짜 찐 섬이라 낯설었다. 나는 트래킹을 목적으로 온거라 in 비진 내항 out 비진 내항이었는데 혹시 걱정된다면 in 비진 내항 out 비진 외항으로 진행해도 괜찮고, 섬 투어보단 관광이 목적이면 in 비진 외항, out 비진외항도 좋은 것 같다.
마을 어르신께 지도 보여드리고 여기로 가면 되요? 하고 룰루랄라 혼자서 향했는데, 왠지 섬마을에 혼자라 무섭기도 하지만 이런 풍경을 보는데 뭐 무서운게 대수라고 히히 하면서 걷기 시작.
근데 탐방로가 아니라는데 어르신께서 알려주신 길은 여기고..뭐지..하고 조금 더 가봤는데 작은 고라니...?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진짜 식겁하면서 놀라고 다시 선착장으로 가서 다른 길로 갔다. ㅠ
그래도 폐교의 모습이나 밭 위로 보이는 먼 바다의 뷰는 이뻤으니까 됐다..
선착장에 내려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오르막을 따라 쭈욱 올라가주면 됩니다. 내리자마자 이 오르막은 뭔가 싶어서 일부러 반대로 간거였는데,,ㅠㅠ
조금 올라가다보니 부서지는 햇볕에, 에메랄드빛 남해안을 볼 수 있었다. 와... 최고...진짜.....내가 이거 보려고 개고생고생을 하면서 왔지....
모래시계같은 바닷가를 경계로 한쪽은 몽돌로 된 해변이고, 한쪽은 모래로 된 바다해변인 점도 신기했다. 불과 100m도 안되는 거리인데 이렇게 다른 해변의 모습인 것도 비진도의 매력인 것 같았다.
여름철 수국도 예뻤고 도로가 있는데 보통 트럭이 다니면서 군데군데에 있는 슈퍼들에 이것저것 납품하거나 하더라.
이 모래해변 앞에서 식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통영에서 유일한 모래해변이 이곳이라는 말도 있던데 물이 정말 맑고 예뻤다. 내가 이래서 남해를 좋아하지.
통영항에서 사온 충무김밥, 포카리스웨트와 내항에서 바닷길로 가기 전에 위치한 할머니 한분이 하시는 작은 슈퍼에서 육개장을 3년 전 물가로 2,000원에 구입했었다. 구입하면 바로 커피포트에 물 팔팔 끓여 부어주시는 쿨하심. 김밥 펼치는거 보고 섬음식 입에 안맞을텐데 사오길 잘했네. 어여먹어.
내항에서 오는데 시간도 얼마 안걸리고 김밥도 맛있고 라면으로 해장하고 파도소리도 들리고 여기가 천국이지...하다가
"사장님 근데 외항은 도는데 얼마나걸려요?"
"두시간정도 걸려"
....네....?
얼른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인 비진도. 외항에서는 산호길 트래킹 코스라는 표지판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바닷길이 지나고 나면 점점 산으로 가게되는데 가까이서 들리던 파도소리가 멀어지고 새소리와 나무소리가 나는 산에 이르게 된다.
진짜 내가 여기서 멈추면 안되지... 할만큼 돌도 많고 길이 꽤 좁고 험했는데 도착한 비진도선유봉 정상. 해발 312M라는데, 혼자 그냥 헥헥대며 가다보니까 체감상 600M는 오른 느낌이었다. 그래도 진짜 휴 보람있다!!
외항을 동그랗게 도는 코스중에서 선유봉까지 1.7KM로 가서 3.2K를 돌아오는 코스가 있고 그 반대가 있는데, 왠지 3.2K를 돌아오는 길이 바다를 보며 올 수 있는건가 싶어서 그렇게 했는데 1.7KM를 올라가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평지 1km랑 산 1km는 정말 많이 다르다.
여튼 내려오는 길엔 바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흐린 날인데도 바다 색이 비취색이었다. 에메랄드보다 비취색 바다를 더 좋아하는데, 신비감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 여튼 예뻤다. 인적이 워낙 없어서 계속 가는 길에 있는 위치 표시 찍고 다녔다 혹시 조난당하면 신고하려고 ㅋㅋㅋㅋㅋㅋ
외항쪽엔 작은 카페도 있어서 커피도 한잔 사마실 수 있었다.
너무 힘들었는데... 이상하게 너무 힐링되고 좋았다. 운동이 주는 효과인 도파민 덕분인지, 조용하고 한적했던 비진도 섬의 분위기 덕분인지, 오랜 목표를 이루었다는 쾌감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저에게는 너무 행복했던 비진도 트래킹. 기회가 된다면 해수욕장에 발담그는 여행으로도 한번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보다 트래킹을 잘했는지, 시간이 남아서 !! 마침 들어오던 13시 20분 배에 "저 타도 돼요..?"했는데 그냥 끄덕이시길래 얼른 탑승했고 배의 1층이 아닌 2층에 앉아 바닷바람 맞으며 시원하게 달려왔다.
(솔직히 돌아올 떈 너무 힘들어서 멀미도 안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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