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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팀보타] 하울림, 아림의시간. 소녀의 여정을 따라 나의 내면에 귀기울여보는 시간 (명절 연휴에 가볼만한 전시회)

Seoul, Gyeonggi, Incheon

by RiaKim 2024. 9. 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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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뜨거웠던 8월. (물론 지금도 매우 뜨겁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 한명인 윤하. 그리고 공간에 식물과 함께하는 공간을 구현하는 팀보타의 전시회가 있다고 해서 다녀오게 되었다. 윤하와 팀 보타 모두 한번 할 땐 '제대로 하는 사람/단체'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기대되었던 전시였다.

기간 2024.07.17-2024.10.20
장소 더서울라이티움 (서울숲) 

마침 긴 명절 연휴를 이용해, 가족들 혹은 친구 및 연인과 함께 길을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숲역에서 나와 길을 한번 건너면 도착할 수 있는 더서울라이티움. 

전시는 지하에서 진행되고 있었고,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내려갔다. 

주말에는 티켓을 예매한 사람이어도 발권하고, 입장에도 제한을 두어서 웨이팅이 좀 있는 편이었다. 점심 즈음에 방문했는데, 아예 마감할 즈음에 줄이 많이 없어서 입장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화려한 전시가 아니라, 소리와 촉감, 후각까지 각 구역에 맞추어 디렉팅된 의미를 정확히 알면 전시를 이해하고 스토리를 파악하는것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오디오가이드를 포함해서 결제했다. 팀보타전, 하울림-아림의 시간을 더 깊게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는 오디오가이드를 포함하여 결제하는 것을 추천한다. (윤하의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읽는다.) 

입구부터 기대감을 일으키는 빽빽한 측백나무와 밟으면 사각사각 소리가 날 것 같은 바닥.

하울림-아림의 시간은 사진 촬영이 가능해서 흐름이 꽤 느린 편에 속했는데, 입장을 제한하고 있어서 빡빡하지 않고 더 여유롭게 느끼는 것이 가능한 점이 좋았다. 아무래도 사진촬영이 가능한 전시회는 관람하며 길과 속도도 일부라고 느끼는 사람에겐 좀 어려운 곳이니까?! 

내면에 잠재된, 어제의 나. 

그리고 그것을 떨쳐내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나. 

<하울림, 아림의 시간>에서는 한 소녀의 여정으로 스토리를 진행하고 있다.

자연물을 직접 밟아보며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일회용 슬리퍼를 티켓팅하며 나눠주고 있어서 나도 신발을 잠시 벗고 바닥을 밟아보며 이동했다. 그저 그런 미디어아트와 밋밋한 현대형 전시에 조금은 지쳐가고 있었는데 빼곡하게 들어찬 나무와 음악, 그리고 숲내음같은 향은 마치 해리포터의 숲에 들어가는 것처럼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외부와는 확연하게 다른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느낌. 

마치 앨리스가 시계토끼를 따라서 굴로 들어가듯, 나 역시 전시회에서 인도하는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된다. 

숲을 그대로 구현한 것 처럼 느껴지는 공간의 매력은 한참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어떻게 조경을 구현하고 빛을 활용했는지도 눈여겨 볼 수 밖에 없었던 첫번째 공간. 

나를 찾아 떠나는 소녀의 뒷모습을 따라 나도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동선의 넘어감과 섹션의 연결도 꽤나 신경쓴 디테일이 많이 보였다. 

유리 수조 안에서 유영하는 식물들

바람이 아닌 수조의 물속에서 유영하는 식물들을 통해 조금 더 격렬하게 움직이는 표현이 잘 되어있다고 느껴졌고, 다양한 기법으로 스토리를 표현해내는 방법에 무릎을 탁 칠수밖에 없었다. 바람에 격렬하게 움직이는 숲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수조가 동선에 배치되어 있었다. 

거센 폭풍우가 잠시 잠잠해지는 느낌일까? 자연스러운 장면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양한 표정을 가진 조형물을 통회 고민과 혼란이 느껴지는 듯 했다. 조형물도 조형물이지만, 낮은 채도의 붉은 색이 더해지며 점점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로 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점점 소녀를 찾아 좁은 통로에 빛이 살짝 스미는 곳으로 이동하는 느낌을 줬던 이동통로였다. 동선에도 신경을 썼다는 것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곳인데, 갈수록 폭이 좁아진다. 

그리고 마침내 나타난 <하울림, 아림의 공간>의 가장 유명한 공간. 여정의 중간에서 만난 순백의 꽃봉오리가 있는 공간이었다. 망에 크리스털 조형물과 조명으로 공간을 표현해냈는데, 일상적인 소재를 특별하게 사용했다는 점이 정말 인상깊었다. 여정을 통해 중요한 것을 드디어 깨닫기 시작하는 순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생각되었다. 

연잎과 연근 (연근의 뿌리), 그리고 푸르른 조명이 있었던 공간. 보통 연못의 수면을 잘 들여다보면, 이렇게 구멍이 송송 뚫린 연근을 볼 수 있는데 뿌리라는 것은 근원, 근본을 뜻한다. 단단한 형태=본질을 의미하려던 것은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유추했다. 

소녀를 따라가다가 여러가지 고민, 생각끝에 드디어 만난 소녀.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된 밝은 공간. 그리고 내 안의 또 다른 울림. 하울림이라는 시간과, 아림을 통해 마주하는 나의 성장.

공간은 거울로 가득 차있었고, 조경이 그대로 반사되면서 끝없이 펼쳐진 숲처럼 무한한 공간의 확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점점 전시는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었다. 내 안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나에 대해 알게되는 '나'탐구의 끝.

유독 선형의 붉은 빛이 강조되었는데, 표현하려는 내용을 잘 담아내고 있다고 느꼈다. 포토존처럼 이 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오디오가이드를 적극적으로 렌탈하고 내용을 곰곰히 생각해보며 다녔으면 좋겠을 정도로. 빛과 거울과 식물로 이렇게 다양한 표현을 해내는 전시라니.. 

 

<하울림, 아림의 시간-팀보타 전>에서 내가 가장 홀린 듯 바라보았던 공간인데, 나무는 가만히 있고 그림자 미디어를 나무에 쏴서 나무의 흔들림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1분 30초정도-2분정도의 움직임이 계속 반복되는 형식이었는데 살랑거리는 바람부터 거센 바람까지 그림자를 통해 이렇게 구성해냈다는게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을 정도. 공간의 중심에 존재감이 상당하게 위치했던 이 나무는 한참동안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을 만큼 각도마다, 시간마다 다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제일 좋았던 부분 중 하나는, 이 전시를 기획하며 아이디어 스케치를 했던 부분이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이미지를 그리며 구현해냈는지 하나하나 섬세하게 진행되었던 스케치를 통해 팀보타의 힘을 알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쉬폰 포스터나 엽서를 구매할 생각이 있어서 꼼꼼히 둘러봤던 굿즈샵. 

내가 좋아하는 테라리움이 있었는데 직접 제작한 듯 관리도 하기 쉽게 열리는 구조의 테라리움들. 금액이 좀 비쌌는데 지금 집에 있는 테라리움이 관리가 어려워서 데려오고 싶었다. 

클리어 북마크. 나는 가장 오른쪽에 길마다 바닥에 총총 불이 있는 걸 구입했다. 

한 소녀의 여정을 따라가며 깨닫는 나. 그리고 전시의 일부를 이렇게 캐릭터화해서 그려냈다. 

(일단 예뻐서 짚은 마스킹테이프.)

마지막엔 하울림, 아림의 전시를 느낄 수 있는 포토이즘 포토부스까지.

온갖 미디어 홍보에 이끌린 포토존 위주의 전시보단 생각할 요소가 있고 볼 거리가 있는 전시를 원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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