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세상은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인다는 어린 시절의 전지전능함을 포기해 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무엇이든 가능할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의 꿈을 떠나보내는 과정이다.'-p.95-
독서기간: 2022.12.29~2023.01.14
책을 읽게 된 계기
김혜남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스물 여덟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의 스물 여덟은 슬슬 서울생활에 적응해가며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고, 회사에서도 슬슬 일이 손에 익어가는 시기였지만 오랜 기간 시간을 함께 했던 연인과 이별했던 시기였고, 함께 살았던 룸메이트가 집을 나가 혼자 병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기도 했던 일들 등 다양한 변화를 홀홀단신으로 겪어내야 했다. 그러던 찰나, 연말에 지인 B에게 꾹꾹 눌러 쓴 카드와 함께 선물받았던 책이 바로 ‘심리학이 서른살에게 답하다.’ 였다.
지금 지인 B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지만, 당시엔 그래도 거리가 멀었던 지인이었는데 뜻밖의 선물을 받으며 방황하던 시기에 조금씩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30살까지 꽤 긴 시간 다시 방황했다. 꿈을 쫓았다가, 돈을 쫓다가, 2년 사이에 4번의 이직을 했는데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위 책과 세트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심리학이 서른살에게 묻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다들 중, 고등학생 때 특별하게 큰 꿈이 없다면 반짝이는 눈빛으로 예쁜 오피스룩을 입고 멋있게 회사에 출근하고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하지 않나? (나만 그랬을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새벽운동이 끝나면 야근에 최적화된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사무실에 출근해서 닭가슴살을 데워먹으며 가끔 영혼이 사라지곤 한다. 이게 내가 원하던 모습이 맞을까 하는 괴리감에 자꾸만 목표가 없는 꿈을 꾸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찰나에 명쾌한 답을 준 김혜남 선생님의 특별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역시 지인 B가 전해주어 읽게 되었다.
작가이자 선생님인, 엄마이자 아내인, 의사이자 멘토인 그녀, 김혜남.
꽤 많은 책을 출판했지만, 부모/친구 등의 주관적인 타이틀을 제외한다면 그녀의 가장 큰 타이틀은 ‘정신분석 전문의’이다. 그리고 그녀는 마흔세 살 부터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파킨슨병 환자이다. 발병 이후에도 5권의 책을 집필했고, 환자들을 진료하고 강의를 나가며 삶을 이어온 삶 속에서 생각한 것 들을 심리학을 가져와 친언니가 나에게 인생 조언을 해주고 있다는 기분을 들게하는 책을 여러권 썼다. 그저 그런 힐링 에세이라면 조금 넌덜머리가 나는데 김혜남선생님은 그저 다 괜찮다고 하는 것도, 노력하라고만 하는 것도 아닌 인생경험 풍부한 친언니의 조언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든든함을 준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을 읽고 나서.
’완벽주의를 포기한다고 해서 절대 삶이 무너지지 않으며, 오히려 삶을 더 즐기면서 잘 살게 된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P.27-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평생 생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헤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p.29-
아직 이립의 나이를 갓 지나치고 있는 나는 20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홀로서기를 하며 내가 바라던 나의 삶과는 다른 모습에 스스로 많이 자책하고 실망했고 잘 살아가고 있지 못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를 채찍질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충분히 사랑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아직 불혹의 나이와는 가장 먼 축에 속하는 30대인지라 마흔살이 된 사람들에게 건네는 조언이 100%는 아니겠지만,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대하면 좋을지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준다.
‘삶을 즐기는 것은 ’~해야 한다.‘는 말을 줄이고, ‘~하고 싶다’는 말을 늘려 나가는 것이 그 시작이다.‘ -p.57-
’인생은 우리의 뜻대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때론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시 인생의 키를 잡고 전진하다 보면 작은 결실이라도 반드시 맺는 때가 온다. 비록 그것이 내가 애초에 바라던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이다. 나쁜 일이 꼭 나쁜 일이라는 법도 없다. 나쁜 일이 나중에 보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때도 종종 있다. 그러니 노력의 결과가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p.62-
7년 전 쯤, 동네에 있는 요가원 선생님의 수업을 참 좋아했었다. 그 선생님은 ‘앞 뒤 옆 함께 수련하시는 분들과 인사하며 시작할까요?’ 하면서 꼭 덧붙여주신 말이 있었다. ‘앞 뒤 옆사람이 아닌 매트 위의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비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주세요.’ 어릴 적 부터 지금까지도 나는 유연성과는 거리가 매우 먼 사람인데, 방향이 일정하다면 목표에 닿는 것은 시간 차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일깨워주셨던 분이다. 앉아서 발가락 끝에 손이 닿지 않았었고 누워서 상체를 올리지 못해 목만 까딱 하는 날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운동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조금씩 일어나는 몸의 변화에 스스로 만족감을 느꼈던 날들. 조금씩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더 앞으로 목표를 잡고 싶어졌고 요가에서 시작된 나의 목표잡기가 운동이 아닌 일상으로 이어져 지금은 당시 하던 업무가 아닌 새로운 업무에서 별써 6년차의 경력자가 되었다. 더 많은 꿈을 꾸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나쁜 감정을 가졌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에게
1.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질 것
2. 감정을 표현할 때는 ‘나’를 주어로 하는 문장을 쓸 것
3.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는 가급적 표현을 삼갈 것
4. 감정에 충실하되, 감정을 너무 믿지 말 것
‘어릴 적 나에게 무한한 행복감을 안겨준 부모님의 보살핌과 사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일까. 나는 아직도 그런 사랑과 행복을 간절히 바란다. 혹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내가 더 성공하고 완벽한 사람이 되면 그때의 무한한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 기대 때문에 난 항상 짓눌리고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인데도, 완벽해야만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어릴 적 나의 불안이 항상 나를 따라다니며 행복을 놓치게 만들었다.’-p.177-
책의 내용 중 가장 공감을 많이 했던 부분. 내가 원하는 이상향에 가까운 삶은 내 또래가 원하는 이상향과 같은 삶이지 않았을까 싶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함께 응원하고 격려하는 좋은 동료들이 있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성공하며 승승장구하는 삶, 거기에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일도 사랑도 척척 해내는 멋진 여성의 삶을 자연스럽게 그렸던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갑작스러운 야근으로 주위에 이렇고 저렇고 해서 늦을 것 같거나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연신 사과하고, 일을 하면서도 여기저기 치이느라 바쁘다. 멋있게 프로젝트를 척척 해내는 모습은 아마 마케터같은 직군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야근이 많을 것 같은 날엔 후드티에 통 넓은 청바지를 입고 책상에는 쓰디 쓴 아메리카노 대신 시럽 듬뿍 들어간 프라푸치노를 한잔 올려둔다. (그리고 밤이 되면 2-3잔으로 컵의 갯수가 늘어난다.) 나의 삶은 그리 멋지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는 전문가이면서 꼭 필요한 직업이고, 업무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도 매우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재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면, 감탄하고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세상엔 즐거운 일투성이며 인생은 더욱 신나고 재미있어진다. 삶과 연애해보라.’-p241, 243-
이제는 약을 복용해도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자녀, 손주들과도 시간을 보내고 순간순간들도 소중하고 감사하게 보내고 있는 김혜남선생님은 처음 병을 알게된 직후엔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득했지만 생각을 전환해 이후 몇 권의 책을 더 출간하셨고 환자들을 진료하고 강의를 다니셨다고 했다. 모두 뻔한 일상이지만 일상과 연애하는 기분으로 기대와 설렘을 가진다면 세상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한다. 이젠 어느 순간 루틴화 되어버린 일상이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순간 순간을 소중히하고 기대하자.
‘상처를 입고 그것이 회복되어 흉터로 남고, 다시 상처를 입고 그것이 아물어 또 다른 흉터가 되는 동안 나는 더욱 성장하면서 인생을 배웠다. 결핍과 상실로 인해 상처를 입고 때론 그것들을 메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때론 견디는 법을 배우며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러면서 더욱 풍요로워지는 삶을 경험하는 것이 인간이지 싶다.’-p374-
'회복탄력성은 힘든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그 스트레스를 이겨 낼 수 있도록 돕는 힘을 말한다.‘ -p,377-
김혜남선생님이 나의 지인이었다면, 가족이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책의 후반부. 인생 경험이 많은 언니가 동생에게, 지인에게 건네줄 수 있는 심리학과 자연스러운 조언과 위로를 느낄 수 있었던 ’김혜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틀린 것이 아니며 하나의 과정이고 어떻게 감정을 다루며, 여러 상황에서 어떤 심리적 과정을 겪는지 나에 대한 이해도도 함께 높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된 책이다. 홀로서기를 진행중인 2030의 또래들과 늘 인생의 변화에 맞추어 한고비 한고비 넘기는 것이 순탄치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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