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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World in Book

by RiaKim 2023. 2. 2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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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간: 2023.01.21-2023.02.15

책을 읽게 된 계기

'작사가들은 어떤 단어의 조합으로 문장을 만들고, 하나의 문장과 현상에서 어떤 영감을 얻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왜 그런 호기심이 생겼는지 묻는 다면, 몇 달 전 나는 대리라는 직급을 단 뒤에 발주처를 상대로 첫 프레젠테이션을 하게되었다. 당시 연습을 체크해주시던 실장님은 '아휴 김대리, 나보다 훨씬 낫다. 단어들이나 표현 선택도 좋았어. 잘 할꺼야.' 라고 하셨는데 그때 알게 되었다. 디자인 기획안을 수시로 제출해야 하는 나의 직업은 남들 앞에서 얼마나 더 '있어보이는가'에 대한 표현도 중요하고,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표현도 꽤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 표현을 위해서는 그냥 작은 사물 하나를, 현상 하나를 보더라도 motive삼아 concept로 도출할 수 있는 사고력, 상상력이 필요하다. (예로 나는 얼마 전 테라리움이라는 keyword를 가지고 작은 생태계라는 컨셉을 잡아 자연의 요소와 색감을 공간에 녹여냈다.) 늘 하는 업무이지만 글로 표현하는 것과 말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다른 일이라 평소 방송에서 풀어내는 김이나작사가의 말의 내용과 표현을 보며 어떤 사고의 흐름들이 있었을 지 엿보고 싶었다. 


언제부터 그녀는 대중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았을까

언젠가부터 방송에서 한번씩 패널로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김이나의 작업 목록들이 꽤 화려하다. 아이유부터 시작해서 브라운아이드걸스, 박효신, 가인까지. 꽤 혹독한 시간을 보내며 갈고 닦은 실력이지 않을까 싶은데 김이나의 전공은 놀랍게도 미술사라는 사실에 검색해보다가 놀랐다. 그런 그녀가 '김이나'로서 내 마음에 자리 잡은 것은 사실 하트시그널에 패널로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섬세한 남녀들의 심리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마음을 다해 느끼지만 표현하는데에 있어서는 마음이 기우는 부분이 있을지언정 (얼굴 표정으로까지 말하고 있지만) 호들갑스럽거나 격하지 않다고나 할까? 따뜻한 말투와 다듬어진 표현들이 자연스러웠고 프로그램에 잘 녹아들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라디오 프로그램, tv프로그램에서 고정 패널이나 게스트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보통의 언어들을 읽고 나서. 

 

사랑과 관계에 대한 보통의 언어들

그리움이라는 건 빈 곳이 느껴진다는 것, 다시 말해 이곳이 당신으로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쩔 수 없이 소유하고 싶어지는 얄궂은 마음이 사랑이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반대로 조건이 없다. 혼자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면 마음 한편이 시큰해지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 게 없다. -p.13-

 

언젠가 보고싶다는 마음은 어떤 표현인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지금 같이 안있으니까 내가 생각나지? 나랑 같이 만나서 눈 마주보고 얘기하고 싶지? 혼자 있다가 나랑 같이 있고싶지? 그 마음이 바로 보고싶다는거야'라고 얘기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를 얘기했는데 김이나의 사랑에 대한 설명엔 그리움도 함께 따르는 감정인 것 같다. 

 

그러니까 선을 긋는 건, 여리고 약한 혹은 못나고 부족한 내 어딘가에 누군가 닿았을 때 '나의 이곳은 이렇게 생겼어'라고 고백하는 행위다. 반대로 남들보다 더 관대하거나 잘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시원하게 트여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나라는 사람을 탐험하는 상대방이 판단하는 부분이 된다. 그래서 어떤 관계는, 나도 몰랐던 내 영역을 알게 해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통해 확장되기도, 스스로를 알아가기도 한다. -p.26-

출처: 혼찌툰

나의 좁디 좁은 인간관계는 학창시절 친구들이 전부였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 하지만 취업을 하며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을 때 부르면 30분 내로 만날 수 있었던 친구들은 3시간이 걸려야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되었고 새로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알게된 사실은 내가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나를 주먹만큼만 내어 보일 수 있는 사람도 있었고, 팔뚝만큼 내어 보일 수 있는 사람도 있었고 그 이상을 보일 수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 때 알았다. 나는 아무나, 누구나 선을 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시간이 지나 더 알게된 사실은 상처난 부분이 있으면 더 선을 긋고 안으로 숨어버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초면에 곧잘 대화도 나누고 리액션도 하며 선이 없는 사람인 것 처럼 하지만 사실은 선을 긋고 그 안에서 경계하면서 누군가를 지켜본다는 것을. 그런 '나'의 모습을 '나'도 꽤 늦은 나이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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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하는 쪽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순간 주도권을 갖는 착각을 한다. 물론 사과하는 일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인지 '사과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에 심취해서 포커스를 상대가 내 사과를 어떻게 받는지에 맞추기 시작한다. '미안하다고 했잖아'라는 말. 이 문장만 봐도 이유도 생각나지 않는 짜증이 밀려오지 않는가? 그만큼 사과를 하고 받을 만한 일에서 중요한 건 사건 그 자체보다는 이후의 과정인 것 같다. 

 

사과를 받을 입장일 때를 떠올려보자. 상대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간은 마치 끓는 냄비가 올라간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는 것과도 같다. 더 끓일 의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바로 식지는 못한다. 내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때, 흔들리는 동공으로 잔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미안한 줄 알면 그러지 말았어야지',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등등이 단골대사다. 물론, 이 말을 하지 않는다면 베스트다 그러나 사과를 하는 입장에서 사과를 받는 태도에 점수를 매길 권한은 없다.

 

사과를 받은 사람 쪽에서 필요한 검연쩍은 시간이란 게 있다. 마지못해 내민 손을 잡아주고, 다시 웃으며 이야기 나누기까지 떼는 한 걸음 한 걸음은 몹시도 무겁다. 이 무거운 발걸음을 기다려주는 것까지가, 진짜 사과다. -p.31-

주로 연인관계에 있어서 가장 잘 안다는 생각에 감정에 스크래치를 내거나 가까운 만큼 상처를 입게 되기도 하는데, 나는 이런 관계에서 대부분 상처를 '받는'쪽이었다. 그동안의 인간관계에서 객관적으로 잘못하거나 배려하지 않은 적은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혹시 상대방이 둔감해서 나에게 상처를 받지 않은 사람이라면 고맙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 상처를 받는 쪽은 보통 나였는데, 상대의 편의를 위해 배려하는 부분들은 으레 당연시되었고, 나의 배려가 희생이 되기 시작하며 서운함을 이야기하면 사소한 것을 가지고 '삐졌다'라고 말하는 표현들을 굉장히 싫어했고 아직도 싫어한다. 나의 서운함을 이해시켜보려다가 결국엔 '아 알겠어 그래 미안해'라고 말하고 나서 김이나작사가의 표현처럼 '미안하다고 했잖아'라는 표현이 늘 돌아와서 이 책의 이 부분에서 굉장히 공감이 된다. 양은냄비처럼 비교적 감정이 쉽게 사그라드는 사람도 있지만, 뚝배기처럼 무거운 뚜껑이 넘칠만큼 끓었다면 잠잠해지는데에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이 시기를 어루만져주고 기다려줄 수 있는 것 까지가 사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사랑은 마주보는 일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일'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더 정확히는, 마주보며 시작해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난 연애로 얻은 경험치를 아주 삭제하는 것이 최선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일단 그건 하고 싶어도 인간의 특성상 불가능하다.) 결국 그 경험치를 '적당히'사용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연애의 마스터키가 아닐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세상엔 이별 노래가 아리도 많은 거겠지만, 당신은 지금 연애에서 정방향 좌석에 앉아 있는가, 아니면 반대 좌석에 앉아 있는가? -p.35-

 

언젠가 연애를 시작하며, 어떤 연애를 하고싶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간 꽤 많은 연애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늘 다른 사람들을 만났으니 연애의 색도 늘 달랐고 온도도 늘 달랐지만 잠시 생각해보고 말했었다. '교집합이 있는 연애? 서로의 색으로 물들어가는 연애였으면 좋겠어.' 이 때 내가 했던 생각은 나라는 사람은 분홍색일수도 있고 상대방은 노랑색일수도, 파란색일수도 있다. 그렇게 처음에 다른 색이었던 사람들이 점점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의 공통점을 찾고 넓혀가며 함께 공유하는 일상들로 자연스럽게 채워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큰 사람이 되는 연애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녹아들어 교집합이 점점 커지되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배려해줄 수 있는 관계. 이 생각엔 아직도 변함이 없다. 대답할 당시의 나는 서로의 차이마저 결국엔 같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던 것 같지만 상대가 나를 배려해주는 만큼 나도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다는 생각을 조금 더 키우게 되었다.

 

시간으로 잴 수도 없는 찰나겠지만, 그 안에서는 거대한 두 개의 우주가 만난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충돌은 움츠러들었던 것의 몇 배만큼 서로를 자라나게 만든다. -p.62-

 

듣는 이의 성향과 아픈 곳을 헤아려 가장 고운 말이 되어 나올 때야 '조언'이지, 뱉어야 시원한 말이 조언이 아니다. 하물며 몸에 좋다는 쓴 약도 캡슐에 담아 삼키는 마당에, 말에도 그만한 정성은 들여야 할 것이다. -p.64-

 

이 문장은 주기적으로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어딘가 적어서 붙여둬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건넨 말이 조언이 맞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내가 한 말은 그 사람의 성향과 현재 처한 상황을 고려해 적절하게 내뱉은 말이 맞았을까? 나의 조언이 혹시 상처가 되진 않았는지 다시 한 번 내가 뱉은 문장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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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보통의 언어들

이슬이 맺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말로 둔갑해서 '슬프다'가 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이말이 가진 발음 특성이 감정을 기가 막히게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p.87-

 

가슴에 묻는다, 가슴에 품는다 모두 마음의 풍경이지만 묻고 가는 것은 주로 아픔이고 품고 가는 것은 연정의 속성을 띤다. -p.93-

 

기억은 틀릴 수가 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중 '사랑은 다르게 적힌다'라는 가사는 기억의 속성을 잘 활용한, 거의 명언과 같은 표현이다. 반면에 추억은 틀릴 가능성이 없다. 이미 내가 어떻게 저장하기로 한, 나의 감정이 적극적으로 개입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 상황이 실제로 좋았든 나빴든, 추억이 되느냐 마느냐의 감독 권한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 뼈아픈 슬픔도 시간이 흘러 추억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p.111-

 

일상의 언어, 그러니까 보통의 언어들이 작사가의 귀를 통해 들어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가 궁금했는데, 가려운 등을 긁어주듯 내가 애매모호하다고 느꼈던 단어의 어감들을 정확하게 풀어내어 설명한 김이나 작사가. 특히 사랑이 다르게 적힌다는 가사의 속성에 대한 생각을 들으며, 그런 말이 기억났다. 인생은 하나의 장면 장면으로 기억되는데 나에겐 중요한 장면이 누군가에게는 스쳐가는 풍경같은 것일 수도 있다고. 그런 모호한 감정들을 글로 끄집어 표현하는 능력이 참 좋다고 느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파도를 타듯 자연스러울 때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 육체가 약해지는 데에는 분명, 조금 더 신중해지고 조금 더 내려놓으라는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그때부터였다. 또 매사에 속도가 조금 늦어지고 일분, 일초를 읽는 감각이 둔해짐으로써 세상을 좀 더 큰 그림으로 읽을 줄 아는 어른이 되는 것도, 어쩌면 신체의 노화 덕 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p.122-

 

꿈은 어딘가에서 날아온 꽃씨처럼 소리소문없이 피어났을 때 비로소 꿈이다. 어쩌면 어릴 때 반복적으로 받은 질문 탓에 우리는, 꿈을 목표와 혼동하는지도 모른다. 목표가 지점으로써 존재한다면, 꿈은 장면으로 존재한다.

꿈은 '좋아하는 것들'이 생겨나고 취향이 생겨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것이다. 내 마음이 끌려 탄생한 꿈은 자연스럽게 나를 이끌어 작은 목표들을 만들어준다. 마음이 하는 모든 일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이끌 듯 꿈도 그렇다. 꿈은 목표와 성질이 다르기에, 반드시 이루지 않아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도 한다. 작가가 꿈인 사람은 글을 쓸 때 행복할 수 있다. 행복하기 때문에 거듭 글을 쓴 사람은 자연스레 필력이 늘고 그러다 본격적으로 목표를 세웠을 때 꿈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p.127-

 

현재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 어쩌면 명상은 그걸 위해 하는 걸지도 모른다. -p.136-

 

그래 맞아. 내가 하나 못했다고 큰일이 되고 말고 할 게 아니지. 그 이후로 뭘 해도 내 탓을 심하게 하지 않고 잘됐을 때도 너무 오만해지지 않고 적절하게 파도 타듯이 살아가게 된 거 같아요. -p.139-

 

결국엔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p.163-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없다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일 들이고 사람과 함께 해가야 하는 일이 많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는 딱히 세우진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나이고, 내가 나에게 좋은 사람이도록 노력하자.

 

새로운 걸 시작하고 싶은 의지, 힘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근성, 새로운 기회가 오기까지 잠복하고 버티는 힘, 모두 결국 체력에서 나온다.-p.166-

 

얼마 전, 우스갯소리로 농 반, 진 반 '우리가 꾸준히 운동하니까 지치지 않고 야근하는거에요.'라고 상사에게 말했는데, 처음 사회에 막 나왔을 무렵을 기억한다. 적은 야근에도 금새 지쳐서 작은 일에도 크게 힘들어하곤 했고 마음도 많이 지쳤고, 그 원인인 상대방이 보기 싫을 정도로 체력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별로 큰 일이 아니면 작은 일들은 아무렇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로 마음이 많이 단단해졌다. 이 단단함에는 월등히 좋아진 체력이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일어나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다음 날의 일상을 계획하며 잠자리에 드는 루틴화 된 건강한 생활이 잘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문장. 그리고 168페이지에 나오는 문구. "나는 이 쳇바퀴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다."

 

 

보통의 문장들

음악은 때로는 마법 같아요. 그냥 집 앞에 빵 사러 나갔다가 들어오는 중에 너무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면 제 앞의 장소가 뮤직비디오가 되어버리거든요. 별거 없는 내 하루가 그 한 곡으로 인해, 영화처럼 변하는거에요.-p.193-

 

향을 통해 내 안에 감정, 기억이 생생하게 되돌아오는 것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한대요. 향기가 기억창고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주는 거죠. 지금 어떤 향기가 생각나시나요? 좋은 기억들만 켜켜이 쌓인 곳에서 반복적으로 맡은 냄새는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는 거 같아요. -p.195-

 

설렘은 뒤돌아봤을 때 너무 아름답고 순수하고 촉촉한 거 같은데, 막상 진행 중일 때는 좋은 날도 있지만 고통스러운 날들도 많아요. 왜냐하면 모든 게 불확실하고, 저 사람 마음을 모르겠고, 오늘 마음 내일 마음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러다보니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 없어요. -p.211-

 

사랑은 계속 변해가면서 다양한 단계의 얼굴을 보여주는 거 같더라고요. 설렘이라는 것은 지나고 보면 앞면만 생각나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 같지만, 그 뒷면은 수없이 불안한 밤들, 입맛이 떨어졌던 저녁 식사들, 이런 게 분명히 있을 거에요.-p.211-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얼마나 약한지 모르는 한편, 우리는 스스로가 얼마나 강한지 가끔 잊어버리는 거 같아요.-p.213-

 

 

 

 
보통의 언어들
이번 책 [보통의 언어들]은 김이나 작가가 그간 대중과 긴밀히 소통해온 경험을 살려 우리가 삶에서 맞부딪히는 복잡한 감정과 관계의 고민에 대한 해법을 일상의 단어 속에서 탐색한다. 그녀는 작사가로서의 예민한 안테나를 살려 우리가 자주 표현하는 감정의 단어들을 수집하고, 그 단어들이 다 품어내지 못한 마음의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평범한 단어들 속에 깃들인 특별한 가치를 찾고 삶의 지향점을 풀어가는 김이나의 글은 쳇바퀴 같은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확장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
김이나
출판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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