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내렸던 전날 저녁에서 아침 일찍 게르 안을 비추는 햇볕에 눈이 떠졌던 몽골여행 4일 차 아침.
홉스골에서의 이틑날이 밝았다.
이 날 일찍 눈이 떠졌던 것은 여행 기간 중 내가 가장 잘한일 베스트로 꼽을 수 있다. 왜냐하면 아침의 홉스골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넓은 호숫가 옆으로 침엽수림이 빼곡히 둘러싸여있고, 아침일찍 내리는 햇살의 온도가 너무 좋았다.
숙소는 울타리 안에 있었고, 처음에 이 울타리 출구가 없잖아? 라고 생각했는데, 동물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같은 모양으로 되어 -와 >사이로 사람이 나갈 수 있는 형태였다.
이 날 이렇게 뭉개뭉개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던 건 아침 2-3시간 정도가 유일했는데 홉스골에 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새벽부터 뜬 햇볕으로 조금씩 풀밭은 말라가고 있었다. 물론 아직 축축한 부분에 추적거리는 운동화를 들어야 하기도 했지만 이런 풍경을 위해서라면 그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바람에 밀려오는 호수가 꽤 잔잔한 날의 파도같아서 왜 몽골인들은 홉스골 호수를 바다라고 알고있었을까 하는 것에 대한 이해도 가는 날이었다.
호숫가도 예뻤지만, 침엽수림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햇볕이 너무 예뻐서 처음 보는 풍경에 넋놓고 나무를 바라볼 줄이야
몽골어로 하룬다는 연필이라는 뜻인데, 여행자게르에서 키우는 강아지의 이름이었다. 흑연처럼 새카맣고 복실복실해서 연필이가 된거였을까? 작은 푸들인 하룬다는 뽀글뽀글한 후리스를 입은 동행을 유독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그런 옷을 좋아한다고 한다(?) 귀여운 건 좋아하지만 동물은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옆에서 나도 귀엽다고 말은 했지만, 요즘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동물을 싫어한다고는 잘 말을 못하는 편이다.
오후엔 소원섬이라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소원섬은 홉스골 호수의 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인데, 각 여행자게르에서 이런 보트를 이용해 소원섬으로 가주는 곳과 연계가 되어 있는 듯 했다. 엄청난 속도로 이동했는데, 여러 숙소에서 보트가 오고 있었다.
숙소 앞에 투명보트도 있었는데, 이 투명보트는 일정표에 있어서 기대했거늘 알고보니 돈을 추가로 내야 이용이 가능한 옵션이라고 했다. 가지고 있는 일정표에 있으면 설명이라도 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소원섬은 이렇게 작은 섬인데, 기념품처럼 마그넷이나 소품등을 프리마켓형식으로 판매하기도 하고 소원돌탑이 있어서 돌을 쌓고 그 돌무더기를 3바퀴 시계방향으로 돌아야 소원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사실 별거 없지만, 제일 큰 특징은 물이 진-짜 맑다는거였다. 홉스골 호숫가에서는 그냥 그랬는데 이곳의 물은 너무 맑아서 꼭 발을 담가보고 싶었는데 정말 차갑고 시원하고 맑아서 물 속에 들어간 발까지 다 보였다.
우리가 건너온 곳이 보였고, 투명하고 깊고 잔잔한 호수는 예뻤고 벌레가 많았다. 사진 왼쪽에 있는거 다 벌레였는데 벌레가 진-짜 많았다 ㅠ
나도 소원+1개 하려고 쌓았다. 잘 보니까 지폐를 하나씩 올리고 돈을 놓던데 돈을 안놔서 소원이 안이루어져도 나는 몰라..ㅎㅎ
이 날 먹은 점심이 몽골에서의 식사 중 가장 특식이었다. 바로 허르헉! 허르헉은 남자가 하는 요리에요 라고 가이드분께서 설명해주셨는데, 우리나라도 평소엔 여자들이 요리를 하지만 주말에 펜션에 가거나 바베큐를 하면 남자가 고기를 굽는 것 처럼 몽골에서도 여행을 오거나 했을 때 남자들이 하는 음식이라고 하셨다. 아시아권이라 이런 느낌이 비슷한건가 싶기도 하고!
허르헉은 뜨겁게 달군 돌과 양고기, 각종 야채를 넣어서 뜨겁게 달군 돌을 이용해 고기를 오랜시간 익히는 음식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엔 술 참을 수 없지- 하고 반주도 조금 했다 ㅎㅎ
그리고 또 오후가 되면서 날씨는 안좋아졌는데 슈가 사진 찍어준다고 해서 예쁜 원피스 바로 입고 나와서 사진찍기! 이 원피스 입고 초원에서 꼭 사진 찍고 싶어서 챙겨갔는데 챙겨가길 너-무 잘했었다. 하얗고 밝은 색의 원피스나 옷이 홉스골과 참 잘어울렸다.
호수 위에 오리(?)는 아니고 뭔가 새들이 동동 떠다녔는데 이런 소소한 풍경들 속에서 책도 읽고 멍도 때리고, 숙소에서 인터넷이 안되었어서 핸드폰 의미도 딱히 없었기에 그냥 자유롭게 생활했다.
그리고 술을 한병 사올겸 우리 마트에 다녀와보자! 하고 무작정 동행들과 걷기 시작했는데 무려 7.5키로를 걸어갔다와버렸다 세상에
다녀오면서 길거리에 있는 야크 보고 처음엔 무서웠는데 얘네도 사람이 무서워서 사진찍으려고 가까이 가면 다 피하기도 했고 이렇게 그냥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위험요소가 없는 여행지가 참 좋은거라던데.
승마 트래킹을 했던 것 보다도 더 멀리 다녀오기도 했고, 돌아오는 길에 옆에 있는 여행자게르로 가버려서 비온다고 호다닥 담 넘어서 들어오고 너무 재미있었다. 슈는 이 때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피곤할 때 자면 깨우는거 예민해해서 영수증같은거 뒤에다가 다녀온다고 써놓고 나갔었는데 못봐서 한참 나 걱정하고 찾았었다고ㅠ
7.5킬로미터 밖에 있었던 작은 마트ㅠ 여기서 초콜릿이랑 보드카랑 간식 구입해왔다. 구입하고 꼭 끌어안고 오기 ㅎㅎ
그러고보면 홉스골 호수위에 비치는 잔잔한 은하수도 꼭 보고싶었는데, 아쉽게도 2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날이 모두 흐렸다.
7.5km밖에서 술사온 전사들 ㅎㅎ
아차, 몽골은 5월까지 눈이 내리는 곳도 있어서 6월이야말로 완연한 봄이 오는구나 하고 느껴지는 곳이라는데, 곳곳에 피어있는 예쁜 꽃들도 좋았고 파릇파릇 연두색으로 돋아났던 풀과 나무들도 나에겐 너무 힐링같았다. 이 날도 저녁까지 이야기하면서 놀고 수다도 떨고 했는데 우리나라에 나도 이런 작은 오두막 하나 해서 쉬러 올 수 있는 곳이 있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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